채식주의자 - 한강
챕터 1. 채식주의자
주인공 : 영혜
화자 : 영혜 남편
줄거리
영혜의 남편은 평범한 아내를 맞이해 평범하고 보통의 나날을 지내며 살고 있었다. 아내인 영혜와 결혼을 하게 된 것도 영혜가 평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영혜가 갑자기 냉장고에 있는 고기와 생선 등의 모든 육류를 꺼내 버리기 시작했다. 비싸게 주고 산 육류들을 왜 버리느냐고 화를 내며 물어봤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꿈을 꾸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었다.
그날부터 영혜는 채식만 하게 되었다. 문제는 본인만 채식을 하는 게 아니라 아예 식탁 위에서 고기를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본인 또한 집에서 고기 구경도 할 수 없었다.
하루 이틀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영혜의 채식주의는 계속 이어졌다. 요새는 건강을 위해서라며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지만 영혜의 채식에는 이해할 수 있는 그 어떠한 이유도 없었다. 그저 꿈을 꾸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렇게 영혜가 채식주의를 고집하던 나날 영혜 남편은 회사 상사들과의 식사 모임이 잡혔다. 여기서 잘 보이면 앞으로의 회사 생활이 달라질 수 있는 기회였다. 부부 동반 모임이었기에 영혜도 데려갔다. 식당에 도착해 자리를 잡고 외투를 벗는 순간 영혜의 남편은 무척 당황했다. 영혜가 속옷을 안 입은 상태로 상의를 입었기 때문에 가슴이 다 비쳐 보였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속옷이 답답하다며 집에서 항상 벗고 있었지만 이런 자리에서까지 그럴 줄은 생각도 못했다. 더구나 자신에게 중요한 자리임에도 한사코 고기를 먹지 않고 대화에도 끼지 못하는 영혜를 보면서 남편은 더 이상 자신이 알던 아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도저히 본인 힘으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아 장모님과 장인어른, 처형에게 전화하여 영혜의 상태와 현재 상황을 전했다. 그리고 자신의 말은 듣지 않는다며 영혜를 설득해 달라고 부탁한다.
영혜 남편의 부탁을 받아 가족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을 때 영혜의 가족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영혜의 상태가 심각함을 깨닫는다. 제대로 먹지 않아 몸이 앙상하게 말라있었고 그 어떤 육류를 입에 대지도 않았다. 영혜 아버지는 그런 영혜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억지로 고기를 먹이려 했다. 영혜 남동생에게 영혜를 붙잡고 있으라 한 후 억지로 영혜 입에 고기를 가져다 대었다. 그러나 영혜는 극구 거부하며 발작을 일으키더니 순식간에 칼로 손목을 그었다. 영혜는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그런 영혜를 인혜(영혜 언니)의 남편이 둘러업고 병원으로 데려갔다.
영혜의 자해 이후 가족들은 영혜를 정신병동에 입원시킨다. 영혜는 그곳에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느 날 영혜 남편은 사람들이 웅성대며 모여 있는 곳에 자신의 아내가 상의를 탈의한 채 젖가슴을 드러낸 채 밖에 서 있는 광경을 보게 된다. 영혜의 한손에는 새가 쥐어져 있었다.
챕터 2. 몽고반점
주인공 : 영혜
화자 : 영혜의 형부인 민호
줄거리
민호는 계속되는 슬럼프와 한결 같은 아내에게 권태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늘 자신을 배려해 주고 화장품 매장을 혼자서 키워나갈 정도로 생활력도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성실하고 항상 자신과 다른 사람을 배려해 주고 참는 듯한 그 모습이 숨이 막혔다.
그러다 민호는 어느 날부터 한 이미지에 강렬하게 사로잡히게 된다. 그래서 그 이미지와 관련된 공연들을 보러 다녔지만 단 하나의 공연도 그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 이미지에 사로잡힌 계기는 실로 사소했다. 어느 날 아내와 대화하던 도중 처제에게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였다.
처제는 정신병동에서 퇴원 한 후 한동안은 같이 살다가 원룸을 얻어 혼자 살게 되었다. 아직도 고기는 일절 먹지 않았다. 아내는 그런 동생을 무척 걱정했다. 그래서 민호는 편한 언니보다는 그래도 조금은 어려운 상대인 내가 말하면 조금은 듣지 않을까 말하며 자신이 처제에게 육식을 권해보겠다는 말을 꺼낸다.
영혜의 집에 찾아온 민호는 가족들이 걱정한다며 조금이라도 고기를 먹어 보는 게 어떠냐며 말을 꺼낸다. 그리고 머뭇거리며 자신이 내심 원했던 말도 같이 꺼낸다. 그건 바로 영혜의 몸에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찍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탈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말을 꺼내기가 망설여졌지만 계속해서 자신의 머릿속에 나타나는 이미지를 현실에 구현해보고 싶은 욕망이 더 크기 때문에 민호는 영혜에게 같이 작품을 하자는 제안을 한다. 영혜는 선선히 그의 부탁을 승낙했다.
지인으로부터 스튜디오를 빌려 그곳에서 둘은 작업을 한다. 영혜의 벗은 몸에 민호는 붓과 물감으로 꽃들을 그려 넣는다. 그리고 아내의 말대로 엉덩이에 있는 몽고반점을 보게 된다. 그 몽고반점을 중심으로 그림을 그려 넣고 그 모습을 비디오에 담았다.
원하던 작품이 나왔지만 민호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사실 따로 있었다. 이렇게 몸에 꽃들을 그려 넣은 남녀가 교합하는 장면을 비디오로 찍고 싶은 게 민호가 정말 원하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마땅히 부탁할 남자 모델이 없었고 자신의 몸은 이상적이지 못했다. 그러다 같은 작업실을 공유하는 작가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고 그에게 영혜를 찍은 비디오를 보여주며 자신의 모델이 되어 달라는 부탁을 한다. 민호의 파격적인 작품에 놀란 그는 작품을 보며 감탄을 하고 작가로서의 호기심이 생겨 한참 고민한 끝에 민호의 부탁을 승낙한다.
바로 다음 날 민호는 남자 작가의 벗은 몸에 영혜와 마찬가지로 다채로운 색상의 꽃들을 그려 넣고 그 둘에게 포즈를 잡아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다 무리한 부탁인 줄은 알지만 실제로 교합을 해볼 수는 없냐는 말을 꺼내자 남자 작가는 정색을 하며 거절한다. 그 이후부터는 어색한 동작으로 가까스로 작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남자 작가가 서둘러 자리를 뜨고 난 후 영혜는 옷을 입다 말고 아래가 젖었다며 실소를 터뜨린다. 그 말을 들은 민호는 영혜에게 달려들지만 영혜가 거부한다. 그러자 민호는 자신의 몸에도 꽃이 그려져 있다면 괜찮겠냐며 묻고 영혜는 암묵적인 대답을 한다.
민호는 곧바로 전 애인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며 자신의 몸에도 똑같이 그려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렇게 몸에 꽃을 그려 넣은 민호는 영혜의 자취방으로 찾아가고 그 둘은 세팅된 비디오카메라 앞에서 교합을 한다.
다음 날 아침 영혜의 자취방에 인혜가 찾아온다. 영혜에게 밑반찬을 가져다 주려고 왔다가 영혜와 한 남자가 같이 자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냥 갈까 하다가 아직 온전치 못한 영혜이기에 걱정이 되어 비디오카메라의 영상을 보게 된다. 그의 남편인 민호에게 배운 대로 비디오카메라를 조작하자 인혜 눈에 들어온 건 자신의 동생과 남편이 몸에 꽃을 그려 넣은 채로 관계를 가지는 모습이었다. 충격을 받은 인혜는 119를 불러 그 둘을 정신병동에 입원시키려고 한다.
잠에서 깬 민호는 자신의 아내를 발견하고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봤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119가 출동해 그를 데려가려 하자 민호는 베란다로 나가 뛰어내리려고 한다. 하지만 구급대원들에 의해 그의 날갯짓은 실패하고 그 둘은 병원으로 실려갔다.
정신병동에서 민호의 정신은 정상이라고 진단되어 민호는 퇴원하고 영혜만 입원하게 된다. 그날 이후 민호는 자취를 감춰버렸다.
챕터 3. 나무불꽃
주인공 : 영혜
화자 : 영혜의 언니인 인혜
줄거리
인혜는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며 동생인 영혜와 아들인 지우를 책임진다. 영혜가 입원한 병원에도 자주 들러 동생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했다. 동생은 점점 말라갔고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느 날은 복도에서 물구나무로 서 있는 동생을 발견하기도 했다. 간호사가 말하길 자주 저렇게 물구나무로 서 있는다고 했다. 영혜에게 말을 걸면 자신은 조만간 나무가 될 수 있다며 나무가 된다면 물만 먹어도 살 수 있다는 대답을 했다. 그리고 정말 자신이 나무가 된 거라고 생각하는지 영혜는 아무것도 먹지 않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먹지 않는 영혜는 갈수록 상태가 악화되었고 담당 의사는 인혜를 불렀다.
담당 의사는 인혜에게 영혜가 음식을 먹지 않아 기관 삽입으로 억지로 먹이는 시도를 했지만 그마저도 실패하고 피까지 토하는 상황이라 더 이상 이곳에서의 치료는 어렵다는 말을 한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음식을 먹이는 시도를 할 것이며 이마저도 실패하면 더 큰 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전한다.
영혜에게 음식을 먹이려는 시도를 보고 있던 인혜는 음식을 거부하며 발작을 일으키고 피까지 토하는 동생을 보며 오열한다. 그리고 영혜와 함께 응급차를 타고 가면서 옛날 일을 회상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항상 견디는 삶만 살아왔던 인혜는 영혜가 사라진 날에도, 응급차를 타고 가는 와중에도 지난날을 회상한다. 세 남매는 어렸을 때 아버지의 가정 폭력에 시달렸었다. 인혜는 아버지의 술국을 끓임으로써 어느 정도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남동생도 밖에서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고는 했지만 영혜는 피할 수도 그렇다고 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도 없이 온전히 다 받아냈었다. 그런 영혜에게 인혜는 죄책감을 가졌던 것 같다.
그리고 인혜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은 지금까지 살아왔던 적이 없고 그저 견뎌왔던 삶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홀린 듯이 밖으로 나가 뒷산으로 올라갔다. 생을 놓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아들이 있기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었다. 생을 놓을 뻔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인혜는 영혜를 이해하는 것 같았고 그러면서 자신의 삶과 대조된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았다.
느낀점
책을 읽으면서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일단 트라우마라는 게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의 아버지에게 받은 학대, 키우던 개를 잡아먹는 모습을 본 충격 등이 마음 한구석에 계속 남아 있다가 결국 곪아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처를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던 환경에서 영혜는 버티고 버티다 결국 자신을 놓아버린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영혜를 제대로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도 안타까웠다.
영혜에게는 남편이 있었지만 제일 먼저 영혜를 버린 사람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남편 입장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간다. 아내에게 그렇게 큰 걸 바라지도 않았고 그저 평범한 것만을 바랐던 건데 갑자기 아내가 채식을 고집하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답답하게 꿈 때문이라고만 말하니까 말이다. 영혜도 좀 자세하기 자신이 어떤 기분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화를 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정말 아내를 사랑했다면 그렇게 고함치고 일방적으로 굴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은 자신의 필요성(평범함)에 의해 결혼했다가 그 필요성이 사라지니 영혜를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영혜의 형부인 민호는 음… 제일 이해가 안 가는 캐릭터다. 내가 예술에 대해서 잘 모르기도 하고 관심도 없어서 그럴 수 있지만 진짜 민호의 욕망을 모르겠다. 예술가가 한 가지에 꽂힐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선을 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단 몽고반점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그런 생각으로 이어졌는지가 이해가 안 간다.
인혜는 정말 제일 불쌍한 캐릭터다. 아버지는 가정 폭력에 남편은 자기 동생이랑 그런 짓을 하고 그런 동생은 정상이 아니고 아이까지 있고. 어떻게 사냐… 매일매일이 너무 고단할 것 같은 삶이다. 자신은 현실에 눌려 살아가는데 동생인 영혜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니 동생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도 할 것 같다. 그런데 왜 인혜가 다 책임지고 살아야 하는 거지. 부모님은 뭐 하나. 아버지는 뭐 옛날부터 권위적이고 그런 사람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엄마는…? 자기 딸들이 죽어 나가는데 왜 등장을 안 하지?
아무튼 수상까지 한 책이라고 들어서 가볍게 읽어볼까 했다가 우울하고 무겁게 끝났다.